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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충돌 혼란기, 탄핵과 무관한 안보정책 뒤집어선 안돼”

입력 | 2016-12-13 03:00:00

[탄핵 가결 이후]외교안보 어디로
천영우 前안보수석-김희상 前비상기획위원장 대담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리더십 공백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검토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뛰어넘는 ‘트럼프식(式) 외교’의 예고편에 해당한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겨냥해 한미동맹의 근간까지 흔들려고 하고, 북한은 김정은이 참관한 청와대 타격 훈련 등을 공개하며 위협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외교는 사실상 전면 중단된 한국의 갈 길은 어디여야 할까. 내년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정상외교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기 대선에 돌입하면 혼란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아래에서 외교 안보의 분야별 대처 방안에 대해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희상 전 비상기획위원장의 도움을 받아 점검했다. 》


 

김희상 전 비상기획위원장(왼쪽)과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외교안보 분야 대응책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두 사람은 탄핵안 가결 이후 중국과 야권에서 제기되는 사드 배치 재검토 주장에 대해 “탄핵 사유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며 외교안보 관련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가안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맡은 제1의 과제로 떠올랐다. 황 권한대행이 탄핵 직후 가장 먼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군은 비상한 각오로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강조한 것도 국가안보의 엄중함을 반영한 조치였다.


○ 군통수권 대행 법적으론 문제없지만


 황 권한대행 체제에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새 정책을 입안하거나 외교안보 시스템을 개편하는 실험을 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북한 추정 해커에 의해 군 내부망(국방망)에 있던 군사기밀이 유출됐다고 보고해 비대칭 공격은 이미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전면전 상황이 돼 방위태세를 ‘데프콘3’로 격상하려면 한미 합참의장의 건의 후 양국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야 하지만 이 역시 권한대행이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면전보다 강도가 낮은 국지 도발에 대한 작전 지휘는 평소처럼 합참을 중심으로 대응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의 국지 도발 등이라면 합참을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도발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김희상 전 비상기획위원장은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제에 박근혜 정부의 외교 안보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안보실의 병렬적 의사 결정 구조가 대표적이다. 현재 청와대의 외교안보 관련 조직은 국가안보실장(장관급) 산하의 안보실 1차장(차관급)이 있고, 이와 별도로 외교안보수석(차관급)이 있다. 위기 대응과 현안 관리는 1차장이, 정상 외교는 수석실이 담당한다. 문제는 경계가 불분명해 긴급한 현안을 처리할 때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있을 때에도 모순이 쌓여 왔는데, 권한대행 체제에서 외교안보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는 우려인 것이다.


○ “사드는 탄핵 사유 아냐…재검토 안돼”

 야권에서는 사드 배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합의 번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도 탄핵돼야 한다’고 가세하고 나섰다. 천 전 수석은 이를 두고 “탄핵 사유서에 사드, 정보보호협정 같은 외교안보 문제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야당이 탄핵 사유와 무관한 안보정책의 근간을 바꾸자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도입은 정부가 방어무기로 도입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천 전 수석은 “사드는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로 당파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대선을 거쳐 선출된 새 정부도 아닌 권한대행 체제에서 안보 결정을 바꾸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를 집중 거론하는 것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사드 철회론’이 주요 공약에 포함되게 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중국이 백두산에 탄도미사일 ‘둥펑(東風)’을 배치할 때 한국 의견을 묻지 않았듯이 한국의 안보정책에 다른 나라가 발언권을 얻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야권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더라도 한미동맹과 외교의 근간인 신뢰를 뒤흔드는 ‘정책 뒤집기’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사드 배치 번복은 미 정부에 ‘주한미군을 보호할 대책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로 들려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후퇴(철수)시키는 선택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와 정상회담 서둘 이유 없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까지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한국만 대미(對美) 외교에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옴 직하다.

 하지만 천 전 수석은 “미국의 외교안보팀이 진용을 갖추기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 취임 2주 만인 2001년 3월 7일 정상회담을 했지만 결과는 재앙에 가까웠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회고록에서 “당시 정상회담은 미국과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이 균열하는 식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동맹의 기본은 신뢰이므로 미국이 한국에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지한파를 활용해 여론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관계를 장기적으로 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모든 결정을 대통령에게 미루면 곤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대통령직에 대한 위험(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이런 위험 관리 시스템 부재는 안보 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군 통수권자는 1분이라도 연락이 두절되면 안 되지만 반대로 국내 재난사고 관리는 대통령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천 전 수석은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국내 사건사고까지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이 되면 외부 요인에 따른 진짜 국가안보 위기 때 대통령이 대응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재난 사고까지 대통령이 간섭하면 청와대에 보고하느라 구조·구난 자체도 더 늦어진다”며 “야권이 집권하더라도 재난 상황에는 전문성을 지닌 현장 부서가 책임지도록 여론을 감내해야 국가안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손효주 기자

김희상 전 비상기획위원장(71·예비역 중장)


△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 전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 전 대통령국방보좌관(노무현 정부) △ 전 청와대 비서실 국방비서관(노태우 정부)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64)


△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 전 국가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노무현 정부) △ 전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 (노무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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