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홍보대사 자원 최강희씨 “돈 벌고 형식적으로 좋은 일 하다 우간다서 만난 아이들 눈빛에 사랑이라는 마음의 불이 켜져” 5억원 넘게 기부한 통큰 구두쇠
올해 10월부터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최강희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07년 연예인 최초로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하고 지금까지 남몰래 5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 온 배우 최강희 씨의 고백은 겸손하고 솔직했다. 그는 ‘절대동안’, ‘엉뚱발랄 4차원’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그가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은 건 올 5월. 한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우간다의 카라모자 지역을 방문했다. 일주일간 카라모자의 아이들에게 구호 음식을 전달하고 같이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카라모자는 지역 내 무력분쟁으로 대부분의 어른이 죽고 노인과 어린아이만 남은 긴급구호지역이다.
“처음에는 큰 사명감 없이 방송만 잘하자는 마음으로 갔어요. 부족한 영어 실력도 그렇고요. 아이들이 속옷도 안 입고 달려들어 빵을 달라고 조를 땐 사실 조금 무서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초점이 없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최 씨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에 불이 하나 켜졌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 경험이 너무 소중해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어요. 우간다에 다녀오고 월드비전 사람들과 다시 만났을 때 제가 먼저 말했어요. ‘저 홍보대사 하면 안 돼요?’ 이렇게 물었죠.”
우간다에서의 경험은 최 씨의 마음속 그늘도 날려 보냈다. 그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드라마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는 드라마 캐릭터와 자아의 간극에서 혼란스러웠다. 2013년 결국 우울증을 얻었다.
“자존감이 되게 낮았어요.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멋있거나 잘나지 않았는데 팬들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캐릭터를 보고 저를 사랑해주죠. 내 바닥이 드러날까 겁이 나 사람을 피해 다녔어요. 그러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구나, 사랑을 주는 일을 통해 나도 희망을 품을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최 씨는 노숙인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되는 잡지 ‘빅이슈’에 표지 모델로 재능기부를 하고 제3지대 아이들과 결연을 맺는 등 기부·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와 방송 활동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라디오 DJ처럼 매일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알아보고 있다.
“홍보대사를 맡을 때 김혜자 선생님이 영상편지를 써줬어요. 남을 사랑하고 싶으면 우선 좋은 배우가 되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좋은 배우가 돼야 사람들이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고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다시 팬들과 활발히 만날 예정입니다. 저를 통해 사랑이 많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