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로호’ 없어져 이번 학기 종강… 낭만 넘치던 강의 추억 속으로
순천향대 열차강의 장면. 최한준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통로에 마이크 들고 선 사람)가 영화 속의 사건을 통해 법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순천향대 제공
순천향대는 서울지역 통학생들이 등하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2002년 9월 열차강의를 마련했는데 부총리 등 명사들이 참관할 정도로 명물 강의로 떠올랐다.
강의는 학생들이 가끔은 차창 밖을 내다봐도 될 정도로 말랑말랑한 주제로 이뤄졌다. ‘변호인’과 ‘부러진 화살’ ‘도가니’ 등 법정 소재의 법학강의, ‘길 위의 문학’ 등 인문학이야기 등 2학점짜리 교양과목이 열차강의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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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강의를 했던 최한준 교수(법학)는 “딱딱한 이론보다는 영화를 통해 법학 이슈를 다뤘는데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 강의에서는 열차가 경기 화성지역을 지날 때 범죄 현장을 차창 밖으로 가르쳐주면서 현장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 강의는 코레일이 이 노선에서 누리로호를 철수하고 급행전철을 늘리면서 불가능하게 됐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급행전철은 좌석이 극장식인 누리로호와는 달리 차창을 향하고 소음이 심해 강의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4학년 이혜림 씨는 “열차강의는 시간 활용에 효율적일 뿐 아니라 기억에 남았다”며 “누리로호를 부활하든지 급행열차에서라도 강의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열차강의 문제와는 별도로 천안·아산지역 16개 대학 총장들은 6월 통학 학생과 주민의 편의를 위해 누리로호를 폐지하지 말 것을 코레일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