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만화시장 수출1호 ‘아만자’ 웹툰 작가 김보통
작가는 ‘김보통’이란 가명에 대해 “대기업에 다닐 때 ‘초일류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측의 논리에 신물을 느껴 만들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가면을 쓴 채 사진을 촬영한 이유에 대해 그는 “회사 이야기를 만화로 그릴 예정이라 나를 드러내면 배경이 어느 회사인지 특정되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만자’는 암에 걸린 26세 남성이 세상과 작별하는 과정을 동화적으로 그린 만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작품을 그린 작가 김보통(35)을 만났다. 김보통이라는 가명을 쓰는 30대 중반의 이 남성은 “‘아만자’는 절망적인 마음을 안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몸은 부스러지고 마음은 휑하게 뚫린 아만자. 레진코믹스 제공
회사에서 뛰쳐나와 2013년 ‘아만자’로 데뷔한 그는 2014년엔 탈영병들의 사연을 통해 군대 문제를 폭로한 만화 ‘D.P: 개의 날’을 그렸다. 실제 탈영병 쫓는 군인으로 활동했던 그가 자신의 경험을 또다시 만화로 그린 셈이다. “경험을 그리는 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사실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이야기는 회사 이야기인데…. 칼을 갈고 있습니다.(웃음)”
7월 ‘아만자’는 한국 웹툰 최초로 일본의 최대 출판사 카도카와(角川)에서 책으로 출판됐다(사진). 레진코믹스 일본 서비스에 게재된 그의 만화가 누적 조회수 1200만 건을 넘어서면서 이뤄낸 성과다. 전통적인 만화 강국 일본에서 한국산 만화를 수입해 출판한 건 이례적이다. “삶과 죽음, 생(生)의 의지라는 만화 주제가 일본인에게도 필요한 메시지였나 봐요. 사토리 세대 이후 일본에서는 삶의 의욕을 꺾고 사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한 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작가 김보통의 눈은 계속 웃고 있었고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그는 “다음 만화를 뭘 그릴까 고민하는 저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말하며 이를 드러내 웃어 보였다. ‘아만자’를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다던 ‘눈부시게 살라’는 메시지를 그의 얼굴에서 다시금 읽을 수 있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