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속 한 장면. 감독과 두 배우 모두 아이가 없지만 모성, 나아가 여성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배우들은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서다 보니 투자부터 쉽지 않았지만 여자의 영화라기보단 누구나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30일 개봉하는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미씽: 사라진 여자’는 이 섬뜩한 괴담을 소재로 한다. 아파트 복도를 뛰어오는 구두 굽 소리, ‘삐삐삐’ 정신없이 눌리는 도어록 비밀번호…. 영화는 어제 저녁 내 모습을 보는 듯 익숙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도입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몰입이 된다.
이 영화는 줄거리만으로도 애 키우는 엄마들에겐 웬만한 공포영화 이상의 오싹함을 준다. 워킹맘 지선(엄지원)은 이혼 후 13개월 된 딸을 혼자 키우며 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산다. 그나마 아이를 애지중지 돌봐주는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가 있어 늘 다행이라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한매와 딸이 홀연히 사라진다. 보모를 찾아 나선 지선은 한매의 이름, 나이, 출신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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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희 감독은 “나이가 먹고 여자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점점 변해가는 내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지선과 한매로 대변되는, 나와 상관없다고 여겼던 주변 이야기가 결국 나 역시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아이가 없는 여성들이나 남성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다.
그간 적잖은 영화가 모성(母性)이 위대하지만, 짓밟히는 순간 무엇보다 처절하고 잔혹해질 수 있음을 보여줘 왔다. ‘친절한 금자씨’와 ‘마더’, 최근 개봉한 ‘비밀은 없다’까지…. 자식을 향한 사랑이 광기로 변하는 건 비슷하지만 이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모성을 보호받지 못한 같은 처지의 여성들이라는 거다. 그래서 영화가 더 무겁고 먹먹하게 다가온다.
두 배우의 연기도 인상 깊다. 이 감독이 “영화가 잘되면 모든 게 배우 덕”이라고 치켜세운 게 빈말이 아니다. 엄지원은 실제 아기 엄마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공효진 역시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을 연기하며 ‘공블리’ 꼬리표를 잠시 벗었다. 여태까지 맡았던 배역 중 가장 극한적인 역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섬세한 연출도 눈에 띈다. ‘어깨너머의 연인’(2007년)에서 세밀한 심리묘사와 서정적인 영상미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 5개 만점)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