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3집 낸 토마스쿡
3집을 낸 싱어송라이터 토마스쿡. 그는 “노래와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그러하듯, 음악을 만든 사람의 스토리와 그걸 듣고 해석하는 이의 스토리가 달라짐을 보는 것은 재밌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뮤직팜 제공
최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에서 만난 마이앤트메리의 보컬 겸 리더이자 ‘공항 가는 길’의 작곡자 정순용(40)은 “집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드라마 제목을 보고 저절로 손가락이 멈췄다. 그 곡은 제게 의미가 큰 노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래 ‘공항 가는 길’의 스토리는 뭘까. ‘또 다른 길을 가야겠지만 슬퍼하지는 않기를’ 하는 그 노래는 뜻밖에 사랑 노래가 아니었다.
“마이앤트메리 1, 2집에 참여했지만 떠나야 했던 드러머를 위한 노래죠. 드럼 스틱을 놓고 경영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는 친구에게 행운을 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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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쿡은 아는 이 하나 없는 그곳 무대에 몇 차례 기타를 들고 올랐다. 다시 신인이 된 것처럼. “기타 연주만으로 낯선 관객을 사로잡는 일은 역부족이었어요. 팬들의 환호에 젖어 지낸 한국에서의 날들이 무색해지더군요. 반성했어요.”
이방인이 돼본 경험이 그에게 좋은 일을 한 걸까. 귀국한 그는 제3의 토마스쿡을 보여준다. 신작은 마이앤트메리의 질주하는 록, 초기 토마스쿡의 청량한 어쿠스틱 팝을 살짝 비켜가 새로운 과녁을 통타한다. 쾌적한 관능이 꿈틀대는 조금 어둡고 서늘한 방.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처럼 인상적인 단선율 반복 악절 주제를 처음 써봤다”는 첫 곡 ‘두 번째 인생’부터 그는 청자(聽者)의 가슴에 “한 방 뻥! 쏘고” 시작한다. 조도를 높인 김동률 같은 그의 목소리가 펑키한 베이스라인과 이루는 배색은 짜릿하다. 전자음향이 반짝이는 ‘사라진 불빛’ ‘그래 안녕’, “뒤늦게 조니 캐시, 톰 웨이츠에 빠졌다”는 그 나름의 추상시(詩) ‘어둠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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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린 팝에 대한 제 정의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변화무쌍하며 사람들 사이에 살아 숨쉬는 뭔가 말이에요. 박물관 유리장 안에 갇혀 감상되는 것 말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