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내 생각은/림일]탈북자 고위 공무원을 보고 싶다

입력 | 2016-11-15 03:00:00


림일 탈북 작가

 20년 전 이맘때 평양에서 중동의 쿠웨이트로 건설 노동을 나갔다가 월급도 못 받고 5개월 동안 노예 노동에 시달리다 대한민국으로 탈출했다. 수출용 자전거 한 대도 생산 못 하는 북한에 비해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남한의 경제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경제도 경제였지만 내가 남한에서 받은 감동은 많은 사람이 꾸준한 노력으로 악전고투 속에 정상에 올라 희망을 준다는 사실이었다.

 만일 내일 당장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북한 주민들이 “휴전 이후 63년간 남한 정부에서 2000만 인민의 대표인 3만 탈북민 가운데 국가 고위 공직자로 임명한 사람은 몇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대답은 “딱 한 명!”이다. 그는 김일성종합대 교수 출신으로 탈북민 최초의 고위공직자(통일교육원장)였던 조명철 전 국회의원.

 하지만 그는 김정일 독재 정권 아래서 300만 인민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크게 늘어난 대다수 탈북민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3만 탈북민 출신 중 국가 고위공직자를 딱 한 명 배출한 것은 심히 야박하지 않은가. 남과 북의 두 체제를 경험한 탈북민을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곧 통일일진대 현 정부가 그 통일에 너무나도 인색하다는 생각이다.

 탈북민 중에는 남한에 와서 대학 공부를 한 사람이 2000명이 넘는다. 그중에 석·박사 학위 취득자가 100명 이상이며 대학교수도 적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이 땅에 와서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대북 방송 마이크와 펜을 들고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해 온 오피니언 리더들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진정으로 통일을 준비하려면 탈북민 중에서 우수한 사람들을 국가 고위 공직에 임명하는 통 큰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정부가 고위 공직에 경험과 능력이 우수한 탈북민들을 임명하면 통일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통일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공감할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사선을 넘어온 인민군 군인이 특진하여 국군에서 당당히 복무하고 탈북민 출신 교사가 교단에서 남한 학생들을 가르치며 탈북 외교관이 승진하여 해외에서 대한민국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목숨 걸고 찾아온 자유의 이 땅, 대한민국에서 장차관, 기관장, 국회의원이 되면 북한의 2000만 인민에게 감동의 선물이 된다. 그것이 진정한 통일 준비가 아닐까.

림일 탈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