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슈테판 츠바이크 지음/김연수 옮김/168쪽·1만 원·문학동네
※지난 일주일 동안 303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기억에 남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살다 보니 잊은 것도 있겠지만 인생을 바꿀 만큼 강렬한 만남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스 이야기’에서 화자와 B박사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배 안에서의 만남은 지극히 강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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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낯선 여인의 편지’는 한 남자를 오랫동안 사랑한 한 여인의 이야기다. 짝사랑과 스토커의 경계에서 어느 쪽으로 비중을 더 두느냐에 따라 이 여인의 사랑이 갈린다. 독자는 남자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진심임을 알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겨우 몇 번 스친 것으로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사실 무리다. 혼자 키워온 사랑이기에 남자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 판단해도 어쩔 수 없다.
여자는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고집스러울 정도로 밝히지 않으면서, 남자가 먼저 알아보기를 바란다. 여자의 마음이 쌓이고 쌓이다 편지로밖에 고백되지 못할 때의 안타까움은 그런 사랑을 하다가 떠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할 뿐이다.
모든 걸 바친 체스 게임과 안타까운 고백. 이렇게 무엇인가에 깊이 빠져버린 두 이야기를 만나고 보니 꿈을 꾼 것 같았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이야기를 나만 특별하게 만난 느낌이었다.
장선아 전남 여수시 신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