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8조 급증… 작년의 2배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직장인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마이너스통장 이용액이 크게 늘고 있다.
○ 9개월 만에 8조 원 급증, 전년 동기의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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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통장은 기존 입출금 통장에 고객의 신용등급과 거래실적 등으로 산정한 대출한도를 부여해 자동으로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주로 신용대출로 이뤄지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도 예금 등을 담보로 개설할 수 있다. 한도를 한 번 설정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현금처럼 편하게 꺼내 쓸 수 있어 정기적인 수입이 있고 신용도가 높은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회사원 B 씨(30)는 “주택담보대출처럼 규모가 큰 대출은 원리금 상환 금액도 커서 부담스럽지만 마이너스통장은 금액이 적고 다달이 내는 이자도 적어서 빨리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 치솟은 전세금도 마이너스통장으로 해결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급증한 데는 생계형 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주거비가 치솟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주택의 평균 전세금은 2억639만 원이다. 지난해 10월(1억8241만 원)보다 13% 오른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세금 상승으로 늘어난 주거비 수요를 마이너스통장 같은 신용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반 대출은 중도상환 수수료가 있어서 돈이 생겨도 미리 빚을 갚는 데 부담이 생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신 원할 때 언제든 갚을 수 있어 편리하다.
월급은 노후준비용으로 쓰고 급한 생활비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회사원 C 씨(34)는 “적금, 연금, 펀드 등 장기 적립식 상품에 꾸준히 돈을 넣으려면 월급으로 부족하다”며 “금융상품에 돈을 먼저 넣고 그때그때 마이너스통장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서는 노후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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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선 “가계부채 증가세 부채질” 우려도
은행으로서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좋은 상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좋고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 등 탄탄한 직장을 가진 고객에게 높은 한도를 부여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예대마진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KEB하나은행은 연 200만 원까지 1%대 금리를 적용하는 ‘위아래 연 1%’ 마이너스통장을 18일까지 판매한다. 이 상품은 판매 일주일 만에 약 210억 원이 모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각에선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대출이 예전보다 증가하는 등 최근 나오는 통계들을 보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라며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누구이고 돈을 얼마나 빌려 어디에 쓰고 있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통계 데이터를 확보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jaj@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