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추가수사… 美대선 요동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에 대한 추가 수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8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전남편 성 추문을 수사하던 중 애버딘이 클린턴과 주고받은 개인 e메일 계정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개인 e메일 사용은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문제”라며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
▼ FBI “기밀 있는지 조사”… 클린턴 “대선막판 전례없는 일” 격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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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의 클린턴 개인 e메일에 대한 추가 수사 발표는 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3차 TV토론 이후 굳어진 클린턴 대세론에 악영향이 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것이 판세를 뒤집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대선 과정 내내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개인 e메일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클린턴은 믿을 수 없는 후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대선 결과를 가를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등 주요 경합주의 부동층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선거조작론’과 ‘대선불복론’이 공화당 지지층에게 먹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클린턴은 29일 플로리다 주 데이토나비치 유세에서 “(추가로 발견했다는 내 개인 e메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별다른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이런 사안을 대선 직전에 FBI가 발표한 것은 대선 역사상 전례도 없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FBI 발표 직후인 28일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 유세에서 “워터게이트 스캔들보다 더 큰 사건”이라며 “클린턴의 부패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수준이다. 범죄를 모의한 클린턴이 백악관에 들어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공화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정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제3후보에게 표를 던질 맘이 있는 느슨한 클린턴 지지자 사이에선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FBI 발표 직전까지 실시해 29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트럼프를 47% 대 45%로 불과 2%포인트 앞섰다. 23일 현재의 50% 대 38%에 비해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FBI 발표 후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 막판까지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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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참모로 일하는 윗 에어스는 NYT에 “대선 지지율 격차가 상당해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FBI의 클린턴 조사가 아니라 기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FBI 추가 조사가 트럼프보다는 상·하원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