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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3세 경영’ 전면 나선 이재용

입력 | 2016-10-28 03:00:00


 역사상 두 명의 군주가 잇달아 업적을 남긴 사례는 적지 않지만 3대 연속 명군(名君)은 드물다. 수많은 왕조가 명멸한 중국에서도 청나라 시대 강희제-옹정제-건륭제의 ‘강건성세(康乾盛世)’ 정도다. 한반도에서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고 신라의 전성기를 구가한 무열왕-문무왕-신문왕 시대가 눈에 띈다. 기업의 세계 역시 유능한 총수가 이어져 장기간 회사를 발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이병철 창업자와 2세 경영자인 이건희 회장은 우리 경제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병철은 사업보국(報國)과 인재중시를 기치로 삼성을 세우고 키워 ‘한국판 산업혁명’에 기여한 거목이다. 1987년 부친의 타계 이후 회장에 오른 이건희는 2014년 병마로 쓰러질 때까지 수성(守成)을 넘어 극일(克日)에도 성공하면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어제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이르면 다음 달 부회장 직함을 떼고 이사회 의장이나 회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명실상부한 ‘이재용 시대’가 열린 셈이다. 갤럭시 노트7 단종(斷種)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3분기 영업실적 부진 속에서 3세 경영 전면에 나선 결심은 평가할 만하지만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삼성의 한 전직 임원은 갤럭시 쇼크 이전 “삼성에서 품질과 직결되는 기술 전문가들이 재무통(通)에 밀려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이 크다”며 “기술 부문에서 사고가 터질 것 같다”고 걱정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은 장기간의 성공 신화 뒤에 가려졌던 오만이나 방심, 관료주의, 기술 경시 같은 그늘이 있다면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위기극복 리더십과 함께 바이오와 전자장치산업 같은 신산업에서 미래 먹거리의 성과를 내는 것도 그의 어깨에 달렸다. 창사 이래 전례가 드문 위기 국면에서 한국 대표기업의 사령탑에 오른 이재용은 조부와 부친이 일구고 키운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여 3대 연속 명(名)기업인으로 기업사에 기록될 수 있을까.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