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LG 입단후 유격수로 출전… 첫해 실책 27개 등 3년 연속 실책왕 따가운 주위 시선에도 묵묵히 훈련… 올 시즌 수비 안정되며 타격도 폭발
LG 유격수 오지환의 별명은 ‘오지배’다. 좋은 뜻에 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경기를 지배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LG 제공
LG는 2009년 오지환을 1차 지명해 유격수로 키웠다. 서용빈 타격코치는 “강한 어깨, 파워, 스피드, 센스, 이런 건 트레이닝으로 키워지지 않는다.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게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2010년 오지환은 13홈런을 기록했지만 실책도 27개나 저질렀다. 결정적 실책으로 팀이 패하면 비난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포지션 변경 얘기도 자주 들렸다. “경기를 할수록 여유가 생겨야 하는데 전 계속 불안한 거예요. ‘아, 내일 또 어떻게 야구장 가지’ 하고요. 아마 제가 유격수 보는 걸 모두 반대했을 거예요. 못 미더웠죠.”
올 시즌 오지환은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구단의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을 넘겼다. “작년부터 어느 정도 수비가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어요. 이제 야구장 갈 때 ‘오늘도 한번 해보자, 즐기자’ 생각해요.”
서 코치의 눈에는 지금 오지환의 모습도 가진 능력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좀 대화가 된다. 스스로 느끼면서 해나간다. 그걸 계속 못 느끼면 그저 그런 선수로 남는다. 뭔가 깨 나가는 것 같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시절 56개의 실책을 저지른 유격수 데릭 지터를 두고 뉴욕 양키스는 포지션 변경을 고민했다. 그의 동료였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당시 누군가 지터에 대해 물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괜찮아질 거예요. 얼마나 열정적으로 뛰는지 볼 수 있을 겁니다. 지터에게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단 하나. 그냥 내버려두는 겁니다.”
계란은 밖에서 깨면 프라이감에 불과하지만 품 안에서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된다.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오지환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