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경연대회서 만난 사람들
‘성미산 오케스트라’가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경연대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yeon72@donga.com
박종석 씨(46)는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직장인이다. 3년 전 회사에서 주최한 바자회에서 중고 첼로 하나를 10만 원에 구매했다. 사 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그 첼로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줄 박 씨는 몰랐다.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전국 59개 아마추어·학생 오케스트라의 경연대회가 열렸다. 14일부터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경연대회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는 꿈의 무대다. 12개 팀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정기공연을 열 수 있는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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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칸타빌레 시민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연주자인 김민태 씨(42)도 오케스트라 가족이다. 비올라를 취미로 배운 아내가 5년 전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1년 전 아내가 같이 해보자고 권유해 김 씨도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지는 4개월밖에 안 된 초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초등학생 두 아들도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아내와의 대화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 고효정 씨(40·여)는 초등학생 딸을 따라 오케스트라에 들어왔다. 고 씨는 “오래전에 놓았던 바이올린을 다시 배우면서 딸과 4번 정도 함께 무대에 선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에는 머리가 희끗한 단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파시오네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연주자인 정남철 씨(61)는 대학 교수다. 정 씨는 “취미로 배우다 한 달 전 합류했다. 혼자 연주할 때 몰랐던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만한 취미가 없다”고 말했다. 성미산 오케스트라에서 첼리스트이자 최고령 단원인 오귀자 씨(65·여)도 “우리 나이 때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취미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단원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대답은 한결같았다. “새 악보를 받았을 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