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은퇴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젊은 사람의 수가 줄어들 테니 나이든 사람들이라도 일을 더 오래하고 돈도 많이 써 줘야 우리 경제의 활력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반대 의견도 있다. 가뜩이나 인공지능이다 뭐다 해서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마당에 청년들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노인들이 계속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은퇴 연령에 대한 논의가 산업계에서 또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경제가 아니라 노동자 본인에게는 은퇴 연령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미국의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은퇴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을 소개했다. 1992년부터 2010년까지 2956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66세에 은퇴한 사람은 65세에 은퇴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사망률이 11% 낮았다. 은퇴를 1년 늦춘 것만으로 건강하게 살 확률이 상당히 올라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적당한 수입과 함께 ‘아직 내가 그래도 쓸모가 있지’라는 자존감, 그리고 남들과 대화하고 어울릴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일을 삶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65세보다는 조금 더 늦게 은퇴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즉 그 나라의 문화적 기대치에 부합하는 나이에 은퇴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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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