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트레일 제주’ 참가자 120명… 100km 달리며 제주의 ‘속살’ 감상 한달 앞둔 ‘울트라 트레일 한라산’… 코스 못 정하고 주먹구구식 운영
14~16일 한계에 도전하는 100km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산, 오름, 바다 등 제주의 속살을 경험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기자가 직접 100km 대회에 참가했다. 가을색이 선명한 한라산 백록담이었다. 사람주나무가 빨갛게 물들면서 단풍의 서막을 알렸고 마가목은 잎사귀를 내린 채 붉은 열매만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백록담 분화구에는 물이 가득 찼고 오름에는 억새가 만발했다. 가을 햇빛을 받아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는 그야말로 은빛 물결이었다. 해안에서는 간간이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파도의 하얀 포말, 거무튀튀한 현무암, 잿빛 구름이 뒤섞인 풍경은 너무나 이색적이었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계곡, 들판,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며 자연을 즐기거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하나로 최근 국내에서도 동호인이 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제주의 ‘속살’을 온전히 보여주는 코스로 짜였지만 대회 운영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대회를 시작하기 15일 전까지 코스를 확정하지 않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6개월 이전에 일정, 코스 등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해외 대회에 비해 너무나 초라했다.
트레일러닝계 한 관계자는 “트레일러닝은 자연을 즐기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로 발전 가능성이 크지만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회 운영과 함께 대한트레일러닝협회, 코리아트레일러닝협회 등으로 쪼개진 주도권 다툼,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