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자산시장만 반짝 상승
○ 엇갈린 세수 전망
17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6∼2020년 국세 수입 전망’에 따르면 예산정책처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국세 수입이 연평균 3.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초 2017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전망한 4.5%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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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전망은 엇갈리지만 올해 세수가 대풍(大豊)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총 232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217조9000억 원)보다 14조8000억 원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치(222조9000억 원)보다 9조8000억 원의 초과 세수 달성이 기대된다. 예산정책처 역시 지난해보다 19조1000억 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세수 풍년이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부동산과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 때문이란 점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 집행으로 풀린 자금은 산업현장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하반기(7∼12월) 이후 부동산 매매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와 주식 거래를 통한 증권거래세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양도세와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각각 47.3%, 49.6% 늘었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
○ 세수 풍년에도 웃지 못하는 정부
그러나 정부가 세수 풍년에 마냥 웃고만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산시장이 호조를 보이면 ‘자산효과(wealth effect·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소비 증가)’가 나타나야 하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 2분기(4∼6월) 가계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1∼3월) 이래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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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연내 미국이 금리인상을 공식화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되고 한국 역시 이를 따라갈 경우 가계부채 위험이 현실화돼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질 공산이 크다. 나아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의 실적 악화가 반영될 경우 자칫 내년에 또다시 세수 절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세수 결손을 막으려고 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절벽에도 세정당국이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나설 경우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