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인근 소도시 사탕수수밭서 머리에 총상… 손-발 테이프로 묶여 수법 잔혹해 범죄조직 연루 가능성 경찰 수사인력 4명 현지 급파
13일 경찰청과 외교부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오전 7시 반경 필리핀 팜팡가 주 바콜로 시 소재 사탕수수 밭에서 한국인 A 씨(51)와 B 씨(46), C 씨(4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머리 옆 부분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A 씨는 발이 테이프로 결박된 채 몸이 반쯤 매장된 상태였다. 그로부터 5m 떨어진 곳에서 B 씨와 C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C 씨는 손이 묶여 있었다. 사망자들은 반바지 반팔 티의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바콜로 시는 앙헬레스에서 남쪽으로 25km 거리에 있다. 인구 3만 명 규모의 소도시다. 사건 발생 장소는 농촌 지역이라 한국인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한국 경찰은 필리핀에서 발생했던 전형적인 청부살인과 다른 점을 주목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들을 한적한 지역으로 납치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인지, 단순 강도사건인지 확인할 계획”이라며 “시신을 결박하고 유기한 점을 볼 때 상대방에게 총을 쏘고 바로 달아나는 전형적인 청부살인 양상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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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현지 경찰과 초동수사 단계부터 합동수사하기 위해 현장감식 및 범죄분석 전문 경찰관 3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총기 분석 전문가 1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이들은 각 분야 근무경력이 12∼25년인 베테랑이다. 현지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경찰 5명과 경찰 주재관 등도 수사를 지원한다.
필리핀에는 한국 교민 9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연간 120만 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찾는다. 이번 피살 사건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살인사건이 올해 4차례 발생해 총 6명이 사망했다. 최근 3년간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으로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현지 교민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강력 범죄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총기 100만 정이 불법 유통되고 한국 돈 250만 원 정도면 청부살인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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