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경제혁신]
○ 무뎌진 공공개혁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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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경제혁신을 위해 민관이 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은 발을 빼고 정부만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정부가 각종 세제·예산상의 혜택을 제시하며 민간기업들이 적극 투자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돈을 내부에 쌓아둔 채 투자를 꺼린다. 그 결과 재정의 성장기여도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0.5%)의 경우 민간부문의 기여는 없고 정부 재정투자가 주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정부 재정만으로는 청년·여성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8.0%였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2%까지 올랐다.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이어가는 ‘장기실업자’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에만 의존한 외끌이 성장으로는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치밀하지 못한 액션플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액션플랜(실행계획)도 치밀하지 못했다. 정부는 경제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은 19대 국회 때 노동개혁 5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근로자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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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초부터 공유경제 육성 방안, 규제프리존 특별법, 서비스 활성화 대책 등 굵직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쟁에 매몰돼 민생법안 처리를 미루는 정치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국회 탓만 하는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반에는 정부가 국회를 설득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였지만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와 정부가 협치(協治)를 강조하며 ‘매달 1회 개최’를 원칙으로 만든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7월 18일 3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 조바심에 단기 성과 달성에만 골몰
일각에선 정부가 3년 만에 경제혁신을 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정권의 조바심 때문에 지나치게 짧은 기한과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는 얘기다. 한 전직 경제관료는 “잠재성장률을 4%대까지 끌어올리려면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산업개혁이 성공해야 한다”며 “이런 일을 3년 내에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3년의 혁신으로 30년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의미”라며 “실행 과제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국민점검반 반장을 맡은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역시 “일부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재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시경제 지표는 지난 3년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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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점검반에서 활동한 한 민간위원은 “점검을 위해 현장에 나가면 관료들이 항상 좋은 곳만 보여주고 성과가 잘 나지 않는 곳은 숨기는 데 급급했다”며 “계획의 성공보다는 당장 대통령에게 올릴 보고서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