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내 기준금리 여유 있다” vs 이주열 “재정건전성 세계 톱클래스” 13일 금통위 앞두고 시각차 드러내 국제 금융시장선 “돈풀기 축소 전망”
이 총재는 8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 중인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금융안정 리스크가 많이 커져 있어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금통위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만큼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동결의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환율 변동성, 자금 유출 가능성이 크다”며 “더군다나 지금까지 완화 정책 결과 자산 및 부동산 시장의 가계부채 문제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과 125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담으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기가 쉽지 않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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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총재와 함께 워싱턴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아직 기준금리 여력이 있다”며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유 부총리는 8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왔고 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거꾸로 본다면 국내 금리는 여유가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을 위한 ‘폴리시믹스(정책 조합)’를 추진해야 할 통화-재정 당국의 수장들이 정책 여력을 두고 서로 상대측의 책임을 언급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유 부총리의 발언을 놓고 정부가 이달 초 10조 원 규모의 추가 재정 패키지를 내놓은 만큼 통화당국도 경기 부양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기재부는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제로 수준에 근접한 선진국의 금리 수준과 단순 비교해 국내 금리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금리 결정권은 금통위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4분기 하방 리스크가 있겠지만 3분기 내수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덕분에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한 2.7%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부총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특정 부분에 (영향이) 집중된다면 정부로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