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모임, 사실상 대선 출정식
‘정책공간 국민성장’ 400명 참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윤제 소장, 문 전 대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한완상 전 한성대 총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6일 ‘경제교체’ 프레임을 꺼내 들며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직면한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살릴 자신이 있다”며 ‘경제를 살리는 리더’ 이미지를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변명의 여지없는 최악의 실패”라며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두 정부의 실패에 기대어 그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생각한다면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문재인만의 경제 비전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아동수당 도입, 혁신도시 ‘시즌2’ 추진, 신혼부부 반값 임대주택 제공 등 구체적인 대선공약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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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는 “세상이 확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드려야 한다. 제가 반드시 그렇게 해내겠다”며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1만 자가 넘는 연설문에서 ‘경제’를 38회나 언급할 정도로 경제 이슈를 강조했지만 ‘경제민주화’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가 더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상징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문 전 대표 측은 “경제에 중심을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대표와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주도하는 개헌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개헌 선거’로 치르려는 기류에 맞서 ‘경제 선거’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이날 연설과 관련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성장’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말은 거창하게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경제민주화가 성장에 지장을 주는 의미가 아니다”며 “그간 나왔던 이야기들을 종합한 것이라 핵심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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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문 전 대표의 행사를 두고 “지난 총선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은퇴하겠다’고 했던 분께서 싱크탱크로 세를 과시하면서 대선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본인의 말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20세기식 ‘식언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