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은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 비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70·사진)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인 오바마케어를 공개 비판하면서 대선 판도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첫 TV토론에서 클린턴에게 뒤진 뒤 납세와 자선재단 문제 등에 시달렸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클린턴 남편조차 (내가 주장해 온) 오바마케어의 폐기에 동의했다”며 반색했다. 공화당 지도부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발언을 트위터와 정책홍보물에 퍼 나르며 대선의 핵심 이슈로 삼을 기세라고 의회전문지 ‘더힐’이 4일 보도했다.
광고 로드중
정식 명칭이 ‘환자 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인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에서 내세운 대표 공약으로 2010년 입법화됐다. 정부와 기업이 비용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무보험자 3200만 명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가 벌금을 매기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고 법적 의무만 커진 중산층이나 소기업인의 재정 부담이 늘어났고 공화당은 이를 근거로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해 왔다.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는 “이번 대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였다. 따라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가장 미친 짓’이라고 했으니 사실상 아내의 적인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도 유세에서 “빌 클린턴이 (문제의 발언 때문에 아내에게 혼나며) 지옥 같은 밤을 보냈을 것 같다. 그런 밤이 하루 이틀이었겠느냐. 그래도 빌이 참 정직한 사람”이라며 신나게 떠들었다.
파장이 확산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4일 오하이오 주 유세에선 “나는 오바마케어를 지지했으며 지금도 지지한다. 오바마케어는 2500만 명이 넘는 국민의 복지를 보장하는 데 훌륭한 일을 했으며 조건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한다”며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문제는 ‘미친(crazy)’이란 자극적 표현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징적인 정책”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광고 로드중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