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 6곳 20m 깊이로 시추… 화산분출 시기-기후변화 분석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안에 퇴적층을 시추하기 위한 장비가 4일 설치됐다. 6개 지점에서 뽑아낸 퇴적층으로 한라산의 고대 기후와 식생, 생성 연대 등을 밝힌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정상에서 깊이 100m의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가자 풀벌레가 인기척에 놀라 폴짝폴짝 뛰었다. 붉게 핀 엉겅퀴가 군락을 이룬 가운데 바닥은 고산 습지식물인 눈포아풀로 덮여 양탄자를 밟은 듯 푹신했다. 암반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 역력한 동릉 정상으로 등산객이 아득하게 보였고, 남서쪽 일대는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구상나무 숲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시추장비와 간이숙소로 쓸 조립식 건물 등이 헬기로 분화구에 옮겨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과 함께 시추를 통해 한라산의 탄생 비밀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까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지형, 식생, 기후에 대한 기초 학술조사를 하는 것이다. 분화구 바닥에 지름 8cm, 깊이 20m 이내의 구멍 6개를 뚫는 작업은 6∼8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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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