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먹이라/브라이언 콜로제이축 신부 엮음·오숙은 옮김/420쪽·1만7000원·학고재
“외롭고 굶주린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께 먹을 것을 드리기 위해, 우리가 예수님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요. 우리의 눈과 마음이 얼마나 순수해야 가난한 이들 속에 그분을 볼 수 있을까요.”
테레사 수녀의 실천과 증언을 담은 책이다.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주례하는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앞두고 출간됐다. 이 책을 엮은 브라이언 콜로제이축 신부는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간 함께 활동했으며 수녀의 시복 및 시성 청원자이기도 하다.
테레사 수녀의 언행과 주변 사람들의 기억이 함께 담겼다. 최소한의 편집만 거친 글을 읽다 보면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여러분은 저 굶주린 사람 안의 예수님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습니까? 저 헐벗은 사람에게서는요? 저 에이즈 환자에게서는요? 그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가 보이십니까?”
테레사 수녀의 행동에 대한 주변의 증언도 생생하다. 델리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한 공립학교는 피신한 수천 명의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곳을 찾은 테레사 수녀는 불안에 떨며 안절부절못하던 사람들을 차분하게 독려해 교실과 화장실을 청소하게 했다. 사람들이 안정을 찾자 수녀는 시 당국자를 만나 식수와 음식을 구한다. 테레사 수녀는 그렇게 구한 음식과 식수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지 꼼꼼히 챙겼다. 당시 사람들은 “마치 오병이어로 수천 명을 먹인 예수님과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고 증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대로 “가난이라는 비참함에 무뎌진 우리의 양심을 다시 일깨워주는” 테레사 수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