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그녀가 보고 있는 나는 그녀의 환상일 뿐이라고, 결국 실망하고 나를 탓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힘든 현실이지만 내 곁에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 쪽이든 두렵습니다.
혼잣말처럼 그녀에게 말합니다. “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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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저는 삶을 XYZ 축에서 계속 꿈틀거리는 하나의 점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의 긍정적인 감정은 가장 중요하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착에서 오고, 그 다음은 사회적 인정과 성취, 개인적 깨달음을 통한 의미 확인에서 옵니다. 분노의 가장 큰 이유는 애착 대상으로부터의 비난과 거부입니다. 그 다음은 사회적 가치를 무시당했을 때이고, 마지막은 믿음 철학 신념을 부정당했을 때입니다.
X축을 애착 관계, Y축을 사회적 가치, Z축을 믿음, 윤리나 철학으로 생각해 보죠. 세 가지 측면이 다 +에 있어서 나의 삶이 10점 만점에 ‘8, 4, 5’ 정도에 위치한다면 좋겠죠? 참고로 저는 ‘0, 0, 0’을 목표로 합니다. 그것도 무지하게 어렵습니다. Z축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XY의 평면적인 삶도 잘 살기가 무척 힘드니까요. 또 사랑과 성취가 잘되면 믿음과 철학은 저절로 따라오곤 하니까요. 그리고 성경 말씀처럼 그중의 제일은 X축, 사랑입니다.
삶을 이렇게 분류해 놓고, 먼저 그 분야들에서의 나의 위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고, 내가 도달하고 싶은 위치나 상태를 객관적으로 잠정 지정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걸림돌들을 어떻게 없애거나 피해 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 계획들을 인내하며 실행에 옮길 때 실력은 늘고, 그래서 사랑과 인정을 받고, 그 사랑과 인정에 힘입어 자신감이 향상되고 더 좋은 판단과 계획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의 마이클 바슈가 정리한 ‘발전의 주기’입니다. 그래야 하는 줄 알기는 아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랑과 인정을 줄 안정적인 대상의 부재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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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