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감염병]15년전 콜레라 발생때와 차이는
2001년 전국 139명 감염
식당종업원 해산물 먹고 발병… 경북 영천서 확산… 2차 감염 유발
2016년 거제에만 집중
산발적 발생… 인근 바닷물 오염 의심… 폭염 탓에 균 폭발적 증식 추정
하지만 올해 경남 거제시에서 발생한 환자 3명의 동선은 전혀 겹치지 않는다. 첫 번째 환자와 세 번째 환자가 수산물을 산 장소는 차로 20분 이상 떨어져 있고, 두 번째 환자가 먹은 삼치는 시장에서 산 게 아니라 지인이 직접 낚은 것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제시 인근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먹었다는 점뿐이다. 당국이 바닷물이 콜레라에 오염됐다고 추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처럼 감염병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 끝내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5.7일 vs 5.7일
2001년 콜레라 환자들이 처음 증세를 보인 뒤 병원 1인실이나 자택에 격리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일이었다. 올해 세 환자가 증상을 보인 후 격리까지 소요된 기간도 각각 2일, 10일, 5일(평균 5.7일)로 2001년과 비슷하다. 콜레라에 걸리면 설사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균에 오염된 분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격리 조치가 필수다. 15년 새 감염병 검사 기법과 감시 체계는 크게 발달했지만 정작 기초적인 감염 관리 수준은 제자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콜레라가 15년째 모습을 감춘 탓에 현장 의료진의 경계가 느슨해졌다고 지적한다. 2001년 이전엔 거의 매년 콜레라 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당시 8월 13일부터 콜레라 신고 강화 등 감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거제시 M병원은 지난달 17일 두 번째 환자가 입원했을 때 아예 콜레라를 의심하지 않고 6인실을 배정했고, 부산 D대학병원도 세 번째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겼다가 콜레라 확진 후 격리실로 다시 옮겼다.
2001년엔 피서철 여행객이 주로 들르던 국도 변 식당에서 콜레라균이 퍼지는 바람에 감염자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서울, 경기 김포시, 부산 등에서 다시 콜레라균을 퍼뜨려 2차 감염자가 6명 발생했다. 주로 환자와 함께 생활한 가족이었다. 이번엔 두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직후 당국이 경남 지역에 설사 환자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공문을 뿌리고 신고 의무를 어긴 병원을 고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2차 감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세 환자의 접촉자 중에 콜레라균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
○ 적조 vs 폭염
2001년 콜레라 유행의 ‘조력자’는 36일간 이어진 적조였다. 적조는 바닷물 속 질소와 인의 농도를 변화시켜 동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플랑크톤에 기생하는 콜레라균도 덩달아 증식할 수 있다. 실제로 유행이 끝난 뒤 당국이 조사를 벌인 결과 경남 통영시 인근 해역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 올해엔 적조는 예년보다 적었지만 폭염 탓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진 것이 플랑크톤과 콜레라균 번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환자가 얼린 삼치회를 녹여 먹는 과정에서도 더위 탓에 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했을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