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인원 부회장 영결식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정책본부장)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6시 반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렸다. 아들 정훈 씨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녀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 황각규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비롯한 롯데 사장단이 참석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을 ‘뼛속까지 롯데맨’으로 기억했다. 이 부회장의 한 친구는 “아이스크림 사러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꼭 뒤에 있는 롯데 제품을 앞으로 꺼내며 진열대를 자기가 정리할 정도로 롯데만 알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구 삼덕초등학교 앞 문구점집 장남이었다. 그와 삼덕초 동기들은 친목모임인 ‘덕우회’를 만들어 두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났다. 친구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그룹 본사 근처로 놀러오면 롯데호텔 대신 ‘명동교자’로 갔다. 늘 자기 돈으로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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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를 수석 졸업한 이 부회장의 첫 직장은 일본항공(JAL)이었다. 당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남편이던 장오식 씨가 경북대사범대부설고 후배인 그를 눈여겨보고 스카우트했다고 한다. 그는 롯데호텔 건설을 도맡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2인자’가 됐다. 개인적인 아픔도 컸다. 이 부회장이 사망하기 며칠 전, 그의 아내는 장 협착증으로 소장 절제 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맸다. 아내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뇌를 다쳤고, 게다가 간경화, 당뇨, 관절염까지 앓았다.
사고 전날인 25일, 검찰 소환 조사 준비를 할 때에도 담담해 보였던 그였지만 결국 안팎의 고통을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인들은 말했다. 죽기 전 친한 친구에게 ‘힘들다, 쉬고 싶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구는 “경기 양평에 땅을 사고 아들 집, 부부 집 두 채를 지으려 설계까지 마쳤는데 이제 두 채를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이 부회장의 시신은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거쳐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김현수 kimhs@donga.com·손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