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리온의 센터 이승현. 스포츠동아DB
프로농구 오리온의 센터 이승현(24·197cm)에게는 “골밑에서 버티기에는 키가 작다”는 말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고교와 대학 무대에서 골밑을 평정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많은 농구인들은 “키가 205cm만 됐어도…”라고 아쉬워했다. 프로 무대에서는 이승현을 두고 한동안 포지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현의 키와 낮은 제자리 점프로는 국제무대에서 파워포워드나 센터를 맡기가 애매해 스몰포워드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승현은 지난해부터 국내 프로농구와 국제대회에서 자신보다 키가 큰 상대팀 센터들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남자선수권 8강전은 ‘거인’들의 높이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승현을 벗어나게 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이란에 졌지만 이승현은 아시아 최고의 센터인 하메드 하다디(218cm)를 상대로 1쿼터에서 힘을 앞세워 판정승을 거뒀다. 하다디는 이승현이 2쿼터 발목 부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이승현의 힘에 밀려 리바운드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이승현은 하다디를 막으면서 얻은 노하우로 2015~2016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KCC의 하승진(221cm)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이승현은 28일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2m 이상의 장신 선수가 8명이나 포진한 튀니지를 상대로 양 팀 최다인 1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공격 리바운드도 6개나 걷어냈다. 그동안 공격 리바운드 열세로 고심하던 허재 대표팀 감독은 이승현의 활약에 웃음을 보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