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상은
발레리나 이상은의 아버지는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등을 집필한 소설가 이수광 씨다. 그는 “아버지가 발레 이야기도 써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발레리나 이상은(30)은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입단 6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의 키는 무려 182cm다. 보통 무용수들의 키는 165cm 정도로 외국에서도 키 180cm가 넘는 무용수는 극히 드물다.
1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큰 키 때문에 발레를 그만둘 뻔했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1년에 7~8cm씩 자랐다. 중학교 3학년 키가 173cm를 넘었다. 주변에서는 발레를 그만두라고 했다. 어머니도 발레 대신 패션모델을 시키려고 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발레를 꼭 해야 한다고 고집하며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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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으로 둥지를 옮긴 뒤 큰 키가 장점이 됐다. “다행히 제 큰 키를 개성으로 존중해줬어요. 독일에서는 더 크게 팔과 다리를 쓰라고 주문해요. 지금은 제 몸이 감사하게 느껴지고 저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세련된 외모와 달리 성격이 털털했다. “외국으로 나간 뒤 성격이 변했어요. 외국에서는 먼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손해를 많이 봐요. 그래서 더 많이 웃고, 이야기하고, 밝아지려고 노력했어요. 성격이 바뀌니 춤추는 스타일도 좀 강해졌어요.”
그는 12,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입상자 출신들이 펼친 ‘2016 월드 갈라’ 공연에 출연해 4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났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표현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키가 크다고, 키가 작다고 좋은 무용수가 못 되는 것은 아니에요. 제 춤을 좋아해주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계속 춤을 추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