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해사건’ 계기 점검해보니 국내 농도 2% 넘으면 규제에도… 신분 확인 않고 묻지마 유통 ‘니코틴’ 검색하자 사이트 줄줄이… 해외 직구땐 단속 속수무책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한국어로 도움 드리겠습니다.’
22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외 인터넷 쇼핑몰 H사이트에 접속하자 한글로 된 인사말이 나왔다. 이 사이트는 유리병에 담긴 니코틴 원액을 판매하는 곳이다. 판매자는 ‘니코틴 순도 99.9%’ ‘한국 배송 3일’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하지만 니코틴 과다 투입 시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는 단 한 줄도 없었다. 인터넷 검색 창에 ‘니코틴 구매’ ‘전자담배 원액’ 등을 검색하면 이와 비슷한 판매 사이트가 줄을 이었다.
○ 살해 도구가 된 니코틴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수면제, 독극물 등 약물 유통은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돼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경찰은 송 씨와 황 씨가 수면유도제 졸피뎀으로 남편을 재우고 니코틴을 투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자가 인터넷에서 ‘졸피뎀 구매’를 검색하자 판매자의 카카오톡 ID가 검색됐다.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자 판매자는 “처방전이 없어도 26만 원에 졸피뎀 1병(30정) 구입이 가능하다. 10정씩도 살 수 있고 2병을 사면 1병을 더 준다”고 했다.
올해 초 발생한 가족 살해 사건에 사용된 제초제도 구매자의 신원 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유명 인터넷 쇼핑몰의 제초제 판매자는 “신원 확인은 필요 없고 돈만 입금하면 된다”고 말했다.
○ 약물 살인 3건 중 2건은 미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 중 엄격한 규제를 가한 제품들이 인터넷에 유통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혁 hack@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