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부와 함께 국민 경제의 3주체 중 하나인 가계가 지갑을 닫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해졌다.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가계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가계가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약간 늘었지만 지출이 제자리여서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평균소비성향)은 70.9%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저다. 100만 원을 벌면 70만9000원만 소비하고 나머지 29만1000원은 은행 저축, 펀드 투자, 대출금 상환 등에 썼다는 얘기다.
정부는 참고자료에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계지출이 둔화됐다”고 달랑 한 줄짜리 논평을 내놓았다. 집집마다 불안한 미래와 일자리 부족, 가계 부채, 교육비 증가 때문에 무서워서 돈을 못 쓰는데 정부는 기름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안일한 분석이다.
가계 소비 감소 현상에는 모두가 느끼는 경기에 대한 불안감뿐만 아니라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저소득층의 분노가 똬리를 틀고 있다. 국가 경제로 봐도 가계 소비 감소는 기업이 생산한 물건이 팔리지 않아 공장이 멈추게 되고, 그래서 임금이 줄어드는 악순환 고리의 출발점이다. 체감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한, 정부가 소비를 독려할수록 가계가 더 움츠러드는 미스매치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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