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
김성훈 감독은 인터뷰 내내 진지했다. 그러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진다 싶으면 불쑥 싱거운 농담을 던졌다.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준 관객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떠올리게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그러나 영화와는 다르게 김 감독은 꽤 진지한 사람이었다. 모자를 푹 눌러 쓴 얼굴엔 웃음기 하나 없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는 말로 웃기는 사람이 아니고 글로 웃기는 사람”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몹시 차분한 목소리로 본인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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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평가에 대해 “단지 뻔한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일 뿐”이라며 “같은 얘기라도 조금 더 재밌게 표현하려 노력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터널’에서 세현(배두나)은 남편의 사고 소식을 대형마트 무빙워크 위에서 접해요. 그러곤 가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뉴스를 다시 확인하죠. 집에서 요리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쨍그랑 접시를 깨거나, 길 건너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주인공 앞에 차들이 끼익하고 멈춰 서는…. 이런 건 너무 뻔하잖아요.”
그가 감독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뻔한 삶’이 싫어서다. “28세 때 군대 제대는 했는데, 보통 직장 들어가서 규격화된 삶을 살기는 싫은 거예요. 좀 더 놀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영화를 찍어보자고 한 거죠.”
감독이 된 후 계속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다. 2006년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는 흥행 실패를 맛봤고 이후 7년의 긴 공백이 있었다. 그때 그는 ‘겉멋을 버리자. 나는 안 좋아해도 관객은 좋아하겠지 하는 건방은 부리지 말자’는 뼈아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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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지 그에게 물었다. “그런 거 없어요! 정말로요. 저한텐 ‘놀이터’ 같은 이곳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