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곳곳에 벽화 그려주고… 학생들에 방과후 웹툰 수업 서울 문래예술창작촌의 상생 노력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창작촌의 한 작업실에서 웹툰작가 한연주 씨(왼쪽)가 학생들에게 웹툰 창작 방식 등을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강의는 올 5월부터 시작된 ‘방과후 수업’ 중 하나다. 지역의 예술가 7명이 영등포구와 협의를 맺고 초중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웹툰과 아트플라워 등 예술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실시되는 방과후 수업에서는 좀처럼 배우기 힘든 내용들이라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웹툰작가를 꿈꾸는 엄신영 양(14)은 “현직 작가에게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학교에선 배우기 힘든 내용을 선생님의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이 지역 아이들의 선생님을 자처하고 나선 건 이들이 선택한 주민들과의 ‘상생(相生)법’이다. 창작촌은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 예술가들이 터를 잡으면서 생겨났다.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빈 철공소 자리에 들어선 것이다. 지금은 300명가량의 예술가가 정착하면서 창작촌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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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주민들과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자 예술가들은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고 용접마스크와 망치 등 철공소 직원들이 사용하는 작업도구 모양의 액세서리도 만들었다. 작품 일부는 지역 철공소의 도움을 받았고 수익도 나눠 가졌다.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결합하면서 주민들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과후 수업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이어졌고 8개 초등학교는 창작촌 예술가들의 수업을 다음 달부터 정규교과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창작촌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임채휘 씨는 “문래동 창작촌 거리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등 최근까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사회가 잘돼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