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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면 화끈한 뒤풀이 ㅋㅋ” “예쁘다는 말 즐길래요 ㅎㅎ”

입력 | 2016-08-15 03:00:00

[올라! 2016 리우올림픽]
양궁 2관왕 ‘쾌활 청년’ 구본찬 - ‘명랑 숙녀’ 장혜진




구본찬 개인전도 金… 전 종목 석권 신궁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전 종목(4종목)을 석권한 양궁 대표팀 선수들. 13일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문형철 양궁 총감독은 “올림픽 메달이 도쿄에서 하나 더 늘어날 것 같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선 금메달 5개를 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구본찬, 최미선, 김우진, 장혜진, 이승윤, 기보배.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말 아름다운 밤이에요.” 7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구본찬(23·현대제철)이 남긴 소감은 한국 선수단 사이에 유행어가 됐다.

13일 개인전까지 석권해 2관왕에 오른 다음 날 선수촌 광장에서 만난 구본찬은 “아직도 아름다운 밤이에요. 난 아직도 밤”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혜진(29·LH)은 “저게 본찬이 매력이에요. 솔직하고 웃기고. 한마디로 분위기 반전남이에요. 본찬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밝고 화기애애한 양궁 선수단은 없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쾌활 청년’ 구본찬과 ‘명랑 숙녀’ 장혜진.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오르며 한국의 사상 첫 양궁 전 종목 석권을 이끈 둘은 인터뷰 내내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쏟아냈다.

“태어나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란 걸 처음 해 봤어요. 언제 또 이런 거 해 보겠나 싶어 화면 캡처도 해 놨죠. 그런데 누나 검색어는 ‘장혜진 미모’인데 저는 그냥 ‘구본찬’이더라고요.”(구본찬)

“안 그래도 이번에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보배한테 4년 전 얼짱 궁사로 주목받고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봤어요. 보배가 ‘이 순간을 즐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즐기려고요.”(장혜진)

남녀 3명씩 6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이 리우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린 데 대해 둘은 “우리는 하나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친했고, 팀워크가 좋았단다.

“올해 최종 대표 선발전이 끝난 날 회식을 했어요. 1차가 끝난 뒤 감독님한테 우리끼리만 단합대회 한번 하겠다고 했어요. 6명이 단체로 맥주 한잔 더 마시고, 노래방까지 가서 거나하게 놀았죠. 대표팀 생긴 뒤 처음 있는 일이었대요.”(구본찬)

“다 같이 즐겁게 먹고 마시고 놀았어요. 다 같이 기분 좋게 취했고, 어떻게 왔는지조차 모르게 숙소로 왔어요. 그때부터 팀워크가 좋았나 봐요.”(장혜진)

“아직 뒤풀이를 제대로 못했잖아요. 한국 가면 선생님들 빼고 우리끼리만 따로 1차 마시고, 2차 노래방에 가야죠.”(구본찬)

둘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한결같다. 장혜진은 너무 착하고, 여리고, 눈물 많다는 말을 듣는다. 구본찬은 덜렁대고 촐랑거리는 듯 보여도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기를 망가뜨리는 성격이다. ‘착한 사람은 운동 못 한다’는 운동계의 속설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넌 너무 착해서 안 된다. 독기를 품어라. 그런 얘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독해지는 거지’라는 고민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리우 올림픽 대표에 선발되면서 확 달라졌어요. 목표가 생기니까 절로 독기와 간절함이 생기는 거예요. 한 발이라도 더 쏘려고 노력하는 친구 (기)보배를 보면서 동기 부여가 많이 됐어요.”(장혜진)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고 생각할 뿐이에요. 제 마음 내키는 대로 즐겁게 재미있게.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구본찬)

나란히 2관왕에 오른 둘은 대한양궁협회와 대한체육회 등으로부터 적지 않은 포상금을 받게 된다. 그 돈을 어디에 쓸지는 이미 정해 놓았다.

“엄마의 평생소원이 내 집에서 한번 살아보는 거였어요. 올해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받은 계약금으로 (경북) 경주 시내에 집을 한 채 샀어요. 돈이 모자라 대출을 받았죠. 포상금으로 빚을 다 갚으면 진짜 우리 집이 되는 거겠죠.”(구본찬)

“저도 비슷해요. 저희 네 자매를 키우느라 아빠가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꽃밭’에서 살아서 좋으셨을 수도 있지만 아버지 본인 인생을 못 사셨어요. 열심히 해서 작은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올림픽 오기 전부터의 목표이자 꿈이었어요.”(장혜진)

당장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먹고 싶은 것도 엄마아빠표 요리다.

“아빠가 해 주시는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요. 조미료는 전혀 안 쓰는데 어떻게 그런 맛을 내는지 모르겠어요.”(장혜진)

“쇠고깃국, 된장찌개, 동태전, 계란말이…. 한국에 있을 때도 훈련하느라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였어요. 제가 집에 가는 날마다 명절 때처럼 엄마가 음식을 잔뜩 하세요.”(구본찬)

마지막으로 서로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본찬이는 정말 꾸밈없이 솔직하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에요. 이런 심성을 가졌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 하늘이 큰 선물을 주신 게 아닐까요.”(장혜진)

“누나는 나이에 안 맞는 동안(童顔) 미모에 성격도 밝고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해요. 설탕 같은 달콤함도 있는 여자예요. 이제 한국 가면 좋은 사람 만나겠죠?”(구본찬)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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