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디자인/리카르도 팔치넬리 지음/윤병언 옮김/416쪽·1만5000원·홍디자인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전시실의 레이아웃 디자인은 어떤 소통을 낳고 있을까. 홍디자인 제공
머리말과 첫 장(章)이 매력적이다. 하필 첫 페이지 한복판에 오자 하나가 박혔지만,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즐겨 입에 올리는 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어지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 인터넷 홈페이지(falcinelliand.co)에 소개된 포트폴리오는 주로 책 편집디자인 작업으로 채워져 있다. 2년 전 출간된 원서 레이아웃과 큰 차이가 없다면 지은이는 글과 더불어 장기인 편집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듯하다. 하지만 머리말과 첫 장, 레이아웃이 보여준 명료함과 정갈함에 본문 전체 내용이 충실히 부응한다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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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의 이 문장대로 본문은 맥락, 정체성, 재생산, 아이콘 등 ‘시각디자인이 개입한 상황’이라고 지은이가 파악한 사례와 키워드를 더듬어 나간다. 과감하게 파고들지 않은 채 주변만 잠깐씩 야트막이 맴돈다. 머리말의 식견에 동의해 기대감을 끌어안았던 독자로서는 맥 빠지는 부분이다.
저자는 “디자인이 추구하는 소통은 수많은 꽃가루를 공중에 뿌리는 가루받이에 가깝다”고 썼다. 한 번에 죽 독파하기보다는, 디자인에 관한 의문이 생길 때 해당 키워드 부분만 참고 삼아 들춰 보기에 유용한 태도를 취한 책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