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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디자이너가 말하는 ‘디자인에 대한 오해’

입력 | 2016-08-13 03:00:00

◇시각디자인/리카르도 팔치넬리 지음/윤병언 옮김/416쪽·1만5000원·홍디자인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전시실의 레이아웃 디자인은 어떤 소통을 낳고 있을까. 홍디자인 제공

“디자이너의 눈은 시각적 해답에 길들여져 있다. 이는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거치는 잘못된 교육 과정의 결과다. 이런 상황은 모든 소통을 하나의 자기참조 과정으로 용해시킬 위험을 야기한다. 디자이너들은 전혀 다른 공부를 한 사람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머리말과 첫 장(章)이 매력적이다. 하필 첫 페이지 한복판에 오자 하나가 박혔지만,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즐겨 입에 올리는 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어지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 인터넷 홈페이지(falcinelliand.co)에 소개된 포트폴리오는 주로 책 편집디자인 작업으로 채워져 있다. 2년 전 출간된 원서 레이아웃과 큰 차이가 없다면 지은이는 글과 더불어 장기인 편집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듯하다. 하지만 머리말과 첫 장, 레이아웃이 보여준 명료함과 정갈함에 본문 전체 내용이 충실히 부응한다 하기는 어렵다.

“시각디자인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이야기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일정한 상황 속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을 나열하면서 디자인의 주변을 맴도는 일이다.”

머리말의 이 문장대로 본문은 맥락, 정체성, 재생산, 아이콘 등 ‘시각디자인이 개입한 상황’이라고 지은이가 파악한 사례와 키워드를 더듬어 나간다. 과감하게 파고들지 않은 채 주변만 잠깐씩 야트막이 맴돈다. 머리말의 식견에 동의해 기대감을 끌어안았던 독자로서는 맥 빠지는 부분이다.

저자는 “디자인이 추구하는 소통은 수많은 꽃가루를 공중에 뿌리는 가루받이에 가깝다”고 썼다. 한 번에 죽 독파하기보다는, 디자인에 관한 의문이 생길 때 해당 키워드 부분만 참고 삼아 들춰 보기에 유용한 태도를 취한 책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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