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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장 받은 가게… 단속반 떠나자마자 또 ‘문열고 냉방’

입력 | 2016-08-12 03:00:00

‘문열고 냉방’ 일제점검 따라가보니…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문 열고 냉방 영업’ 일제 점검이 시행된 이날 하루 종일 문을 열어 놓고 냉방을 하던 이 가게가 적발된 것이다. 단속 공무원에게서 경고장을 발부받은 주인의 얼굴에는 억울한 표정이 가득했다. 주인은 단속 공무원에게 “미닫이 문이라 닫아 놓으면 손님들이 열고 들어오기가 너무 불편하다”며 “더운 날씨라는 걸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단속을 실시한 중구 공무원은 “이번에는 처음 걸렸으니 경고장을 발부하지만 앞으로 또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주인은 마지못해 문을 닫았다. 그러나 단속된 지 3시간이 지난 오후 5시경 다시 찾은 액세서리 가게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가게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요 도시의 중심 상권 14곳에서 ‘문 열고 냉방 영업’을 단속했다. 상업용 전기를 쓰는 이런 점포들은 누진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예고된 단속이지만 명동에서만 점포 6곳이 적발됐다. 1차 단속에서 걸린 점포에는 경고장이 발부됐다. 그러나 단속이 끝난 뒤 적발된 점포 6곳을 다시 찾은 결과 5곳이 다시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다. 단속 시간에 맞춰 문을 닫고 장사하다가 뒤늦게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곳도 5곳이나 됐다.

평소 명동 일대에서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은 전체의 10∼20% 수준. 이날 단속 건수가 적은 이유는 자발적으로 하루 종일 문을 닫은 상인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단속 때만 잠깐 문을 닫아 놓는 얌체 상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단속 때 문을 닫았던 한 속옷가게 점원 이모 씨(29·여)는 “문을 닫으면 손님의 발길이 열었을 때의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진다”며 “손님이 다가올 때 문을 열어 주는 도어맨이 있으면 문을 닫고 운영하는 게 가능하지만 우리는 인원이 많지 않아 계속 문을 열어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숨바꼭질’ 영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26일까지 지자체와 함께 4회 이상 일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처음 적발되면 경고 조치만 받지만 이후 1회 50만 원, 2회 100만 원, 3회 200만 원, 4회 이상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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