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소방관이 돈을 빼앗기 위해 부부를 살해한 뒤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혔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10일 안성소방서 소속 소방관 최모 씨(50·소방위)를 살인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1일 오전 3시경 안성시 당왕동 2층 주택에 침입해 집주인 A 씨(63)와 부인(5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거실에서 발견된 A 씨의 시신에는 목과 가슴 등 4곳에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안방에서 발견된 아내는 목 부위에 흉기 상흔과 머리에 3차례 둔기에 맞은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A 씨 주변 인물을 상대로 원한 관계 등을 수사하는 한편 A 씨 집 근처에 살면서 화재를 처음 신고한 최 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A 씨 집에서 200m가량 떨어진 도로변에서 범행에 이용된 흉기와 둔기를 찾아냈다. 또 범인이 입은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도 인근 야산에서 수거했다. 포위망을 좁혀 가던 경찰은 10일 오전 최 씨의 가족으로부터 자살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후 4시 50분경 안성의 한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제초제를 마시던 최 씨를 확인했다. 최 씨는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투신했으나 13층 복도에 걸려 목숨을 건졌다. 최 씨가 남긴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범행을 시인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 씨는 병원 이송 중 경찰에 “도박 빚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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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