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남자골프대표 감독
최경주(46·사진)가 2010년 태극기 모자를 쓰고 필드에 나타났을 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동료 선수들이 던진 우스갯소리다. 최경주는 당시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메인 스폰서가 있는 프로 골퍼들은 모자 정면에 스폰서 로고를 달고 뛴다. 최경주는 메인 스폰서 로고가 있어야 할 자리에 태극기를 붙이고 뛰었다. 그해 마스터스에서도 태극기 모자를 쓰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이듬해부터 최경주는 SK텔레콤을 메인 스폰서로 얻었다. SK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필드에 나갔더니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South Korea가 올해도 후원을 하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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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유독 나라 사랑, 태극기 사랑을 실천해 온 그는 투어 경기 때 태극기를 신발과 골프백에 새겨 넣고 다니곤 했다.
올해 초 골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뒤엔 한국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선수들이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일찌감치 브라질로 건너왔다. 혼자서 미리 코스를 점검하고, 날씨와 바람 등에 대한 조사도 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남자 대표 선수들인 안병훈(25·CJ), 왕정훈(21·한국체대)을 데리고 연습 라운딩을 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노하우를 전수했다.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최 감독이기에 두 선수는 언제든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리 남자 골프가 어떤 상황인가. 여자 골프에 비해 대회 수도 현저히 적고 인정도 못 받는다. 올림픽은 남자 골프를 변화시킬 좋은 계기다. 병훈이나 정훈이 같은 좋은 선수가 올림픽같이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꼭 필요하다”고 했다.
PGA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존재감은 올림픽 골프코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오가다 만난 다른 나라 선수들이나 캐디들이 그를 알아보고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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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출신인 최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고향 특산품인 전복을 브라질까지 공수해 왔다. 그는 “투어를 뛸 때 효과를 봤다. 힘도 나고 속도 편하다. 선수들도 오늘 3개씩 먹고 더 달라고 하더라. 무엇보다 여기서 구하기 힘든 고향의 맛을 봐서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남자 골프는 11일 오후 7시 반 역사적인 티오프를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