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혜옹주’ 허진호 감독 “쉰 살 덕혜와 백발의 상궁 재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어”
영화 ‘덕혜옹주’(3일 개봉)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허진호 감독(53·사진)은 2007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한국사 전(傳)’의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 편을 보면서 이 장면을 구상했다. 허 감독은 쉰 살의 덕혜옹주와 늙은 상궁이 재회하는 모습을 영화 속 최고 장면으로 꼽았다. 영화 ‘덕혜옹주’는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벌써 116만 관객을 모았다. 조선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는 열세 살에 일본에 끌려가 일본인과 정략결혼을 하고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비참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덕혜는 비극적 운명의 개인이었을 뿐, 위인은 아니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했던 덕혜가 과연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허 감독은 고민했다.
그는 “2009년 소설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걸 보면서 덕혜가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구나 싶어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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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와 김장한의 로맨스는 많이 덜어 냈다. 역사의 한 순간이 사랑 이야기로만 읽힐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키스신도 편집했다. 독립군 비밀 가옥까지 쫓아온 일본군을 피해 도망가는 덕혜가 장한을 다시 만나지 못할까 아쉬운 마음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봄날은 간다’(2001년), ‘외출’(2005년) 등 그의 영화는 늘 사람과 세월이 큰 축을 이룬다. 관계와 감정, 그것이 세월을 만나면 어떻게 변할까.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흐르면서 삶에 대해 깊은 감정이 생기고 관조적이게 돼요. 변화된 감정, 거기서 오는 슬픔을 제가 좋아합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