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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리우 엿보기]숙소 정반대 방향 南北… 北, 가장 외진 곳 선택

입력 | 2016-08-04 03:00:00


리우 선수촌 동쪽에 있는 한국 선수단 숙소. 4개월전에 부쳤던 대형 태극기가 상파울루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아직도 도착하지 않아 작은 태극기를 걸어 놨다(위 사진). 한국 선수단과 가장 먼 선수촌 서쪽 끝에 있는 북한 선수단 숙소.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저게 어느 나라 깃발이죠?” 버스 옆 좌석에 앉은 영국 기자가 묻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서쪽의 바라 다 티주카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 입구를 지날 때였습니다. 그가 가리킨 첫 번째 건물에는 다섯 개의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북한이 리우를 찾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라도 한 것일까요. 2일(현지 시간) 리우 올림픽 조직위가 실시한 선수촌 개방 행사에 가 보니 의문이 풀렸습니다.

올림픽 선수촌은 31개 동 3604채로 이뤄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공원과 산책로, 테니스 코트 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요즘 지어지는 한국의 큰 아파트 단지와 구조나 배치가 비슷합니다.

조직위원회는 입촌 전 각국 선수단에 입주 희망 건물을 신청받았습니다. 동과 방향을 선택하라고 한 것이죠. 선수단 규모가 큰 국가가 먼저 신청하고, 작은 규모 선수단의 국가들은 남는 공간에 들어가는 게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북한은 가장 외지고 먼 아파트를 택했습니다. 아파트는 1동부터 31동까지 있는데 북한 선수단 숙소는 서쪽 제일 끝에 있는 31동입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 때 북한은 주로 외진 곳에 자리 잡는다. 자기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접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단지 제일 끝에 있다 보니 밖에서 볼 때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북한의 이웃은 30동에 자리 잡은 개최국 브라질입니다.

한국 선수단의 숙소는 동쪽의 6동입니다. 북한 선수단 숙소와는 거의 정반대 방향입니다. 이곳을 택한 이유는 6동이 지난해 조직위가 선수촌을 사전 개방할 때 모델하우스로 썼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시설 점검이 이뤄질 수 있었죠. 이곳도 온수가 안 나오거나 변기가 막히는 등의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못 살겠다”며 선수촌을 뛰쳐나왔던 호주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황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한국 선수단은 18층 건물 중 11층까지 사용합니다. 위층은 대만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선수단은 아직 태극기를 걸어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4개월 전에 태극기를 포함한 각종 올림픽 지원 물품을 브라질로 보냈는데 상파울루 항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아직도 통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416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중국은 선수촌 한가운데에 위치한 13동을 씁니다. 바로 뒤편에 식당이 있어 편리하다고 하네요. 일본 선수단은 버스 터미널과 가까워 이동하기 쉬운 16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깃발을 내걸고 있지만 가장 많은 555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미국 국기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역시 한 동 전체를 사용하지만 테러 위협을 감안해 이번에는 국기를 걸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