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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방분권 개혁으로 ‘중앙-지방 관계’ 대등

입력 | 2016-07-28 03:00:00

국가 위임 사무 1999년 전면 폐지
기초지자체의 역할 가장 우선
외교-사법-안보는 ‘중앙’이 맡아




이웃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구조는 한국과 유사하다. 47개의 ‘도도부현(都道府縣)’과 1700여 개의 ‘시정촌(市町村)’은 한국으로 치면 각각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격이다. 중앙정부가 마련한 법에 의해서 지방정부의 지위와 구획이 정해지는 ‘하향식 지방정부’라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재정이나 행정의 비중을 놓고 보면 한국에 크게 앞선다. 국세와 지방세입 비중만 놓고 봐도 한국은 국세가 80%, 지방세가 20% 정도인 데 반해 일본은 60%와 40%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지방교부세를 비롯한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의 재정 이전 후에는 지방 재정 규모가 60%로 더 커진다.

행정에서도 일본은 지자체가 주축이다. 한국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사무를 위임하는 방식의 구조가 굳어져 있다. 일본은 기초지자체인 각 시정촌에서 할 수 없는 사무는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이 대신한다. 도도부현이 수행하기 적절치 않은 외교나 사법, 안보 등의 사무는 중앙정부가 맡는다. 기초지자체의 역할이 가장 우선되고 광역지자체나 중앙정부는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지자체의 행정력 대부분을 갉아먹는 ‘국가 위임 사무’는 일본에서는 1999년 아예 폐지됐다.

일본의 변화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에 걸친 강력한 지방 분권 개혁의 결과다. 이 기간 ‘지방분권일괄법’ 시행으로 국가의 권한이 지방으로 대폭 이양됐다. 일본도 이렇게 되기 전까진 국가와 지방의 세입이나 행정의 비중이 지금의 한국과 비슷했다. ‘3할 자치’ ‘국가는 본사, 지자체는 지점’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자민당과 중앙정부의 관료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면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대결 구도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강력한 지방자치 개혁을 실행할 수 있었던 비결로 “지자체와 지역 정치인, 주민들의 자치에 대한 강력한 노력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앙정부가 권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일본의 경우 전국 지사회·시장회·시의장회 등 ‘지방6단체’가 단결해 중앙정부에 권력 이양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중앙 정치인들이 지방자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주민들도 강력한 자치 의지를 갖고 선심성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지자체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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