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과 엇나가는 책의 세계
올해 4월 ‘직업…’이 출간된 후 현재까지 판매된 물량은 5만여 권. 선인세를 회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문학 측은 “생각보다 판매가 안 돼 추가 인쇄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루키가 작가가 된 계기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이 책은 평단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폭발적인 판매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출간된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문학동네)는 빠르게 판매돼 추가 인쇄를 했고 현재까지 5만 권을 제작했다. 문학동네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돼 누적 판매 부수가 10만 권은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인세는 충분히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 출판계에서는 발랄한 하루키의 문체에 익숙한 독자들이 진지하고 묵직하게 느껴지는 ‘직업…’ 대신 경쾌하고 편하게 읽히는 ‘라오스…’를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2013년 낸 스웨덴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은 누적 판매량이 60만 권에 이른다. 지금도 매달 3000권 이상 나간다. 김영준 열린책들 주간은 “북유럽 소설은 생소해서 선인세로 1000만 원 조금 넘게 줬는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역시 스웨덴 작가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도 5만 권 정도 팔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난해 5월 출간된 후 현재까지 30만 권이 나갔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김영사·2007년 출간)도 기대를 뛰어넘었다. 김윤경 김영사 편집주간은 “3만 권 정도 팔리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충돌 등 종교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모두 18만 권이 나갔다”고 말했다. 지금도 매달 500권씩 판매되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이야기와 짜임새, 문체가 중요한 소설은 독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운 반면 인문과학, 경제·경영서 등은 독자층이 정해져 있어 비교적 예상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