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
1970, 80년대 대학생 선호 직업 1위는 단연 ‘상사맨’이었다. 가발부터 자동차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수출입국(輸出立國)’의 첨병 역할을 맡았던 종합상사는 그야말로 한국 경제의 ‘국가대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대기업 그룹 내 개별 계열사들이 성장하고 기업 부채비율 억제 시책으로 무역금융이 크게 위축되면서 수출 대행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종합상사의 위상은 점점 떨어졌다. 결국 2009년 정부의 종합상사 지정제도가 도입 34년 만에 폐지되면서 상사의 전성시대는 옛날 얘기가 됐다. 2014년 전문무역상사제도를 도입했지만, 별다른 혜택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전문무역상사의 수출 실적은 27억1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5269억 달러)의 0.5%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수출 활성화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런 계획을 만든 것은 역대 최장 기간인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는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문 역량을 가진 기업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현행 상사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는 2009년 종합상사 지정제도 폐지 이후 도입한 전문무역상사를 종합무역상사, 중견상사, 중소상사로 세분한 뒤 다양한 기업들이 상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종합무역상사에 대기업 유통회사가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소비재 상품에 있어 국내 유통회사들이 사실상의 상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CJ오쇼핑이 터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80% 이상은 한국산”이라며 “국내 유통회사가 갖춰 가고 있는 글로벌 판매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기업이 월마트, 테스코와 같은 글로벌 유통채널에 입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다.
무역상사에 금융 및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과거 정부 지정을 받은 종합상사는 수출입 영업세 면제, 외화 보유 한도 확대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 정부가 수출입을 강력히 통제하던 시절에는 강력한 무기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혜택의 메리트가 약해지면서 상사 지정제도 폐지로 이어졌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