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전당대회 개막]필라델피아 전당대회 현장
이승헌 특파원
“내일부터 본때를 보여줘야 해.”
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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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웰스파고센터 주변에는 위키리크스 e메일 파문이 알려지면서 24일 오전부터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보다는 샌더스 지지자가 더 많이 모여들었다. 1787년 최초의 제헌의회가 연방헌법을 제정한 미국 민주주의의 고향 필라델피아. 이곳의 전대 전야(前夜)에는 미국 최초 주요 정당 여성 대선후보의 등장이라는 기대와 흥분보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클린턴의 구호인 ‘그녀와 함께한다’는 보이지 않고 샌더스의 구호인 ‘필 더 번’(Feel the Bern·버니를 느껴 봐)이 바로 눈에 띄었다. 지난주 공화당 전대장인 클리블랜드에서 자주 보였던 반(反)트럼프 진영의 ‘네버 트럼프’를 응용한 ‘네버 힐러리’ 구호도 곳곳에서 들렸다.
클린턴의 정치적 고향인 뉴욕에서 왔다는 조 브래드쇼 씨(42)는 “힐러리 지지자들도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오늘 축제를 즐기겠느냐”며 “e메일 스캔들로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힐러리가 또다시 e메일 건으로 우리를 실망시켰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선후보 왕관을 쓰면 안 된다”고 흥분했다. 기자가 “힐러리의 후보 지명은 막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하자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대꾸했다.
분위기를 간파한 듯 클린턴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했다. CNN은 “통합과 화합의 전대를 만드는 데 이번 파장이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판단한 클린턴이 신속히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했다”며 클린턴이 데비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음을 시사했다. 클린턴이 당선돼야 자신의 업적을 유지할 수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슐츠 위원장과 통화를 갖는 등 진화에 직접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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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파동으로 클린턴이 고심 끝에 고른 팀 케인 부통령 후보 카드는 별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샌더스는 이날 “(진보 여전사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골랐어야 했다”고 클린턴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NBC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케인을 선택한 것은 샌더스나 다른 모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케인은 버지니아 주지사 시절 16만 달러(약 1억8000만 원)어치의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관심은 클린턴보다는 25일 전대 첫날 찬조연설에 나서는 샌더스의 입에 쏠리게 됐다. 그의 말에 따라 샌더스 지지자 중 일부가 이탈하거나 심지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로 예정된 후보 지명 과정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이 전대장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순조로운 지명을 방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가 최저임금 인상, 대형 은행 규제 같은 ‘이념적 혁명’ 안건을 강조할 예정이라면서도 “샌더스가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크루즈와 같은 논란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