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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23년만에 獨귀환 선언… 日 제조업 공장 속속 U턴

입력 | 2016-07-25 03:00:00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선진국 ‘新 경제 애국주의’]
유럽-日도 제조업 부활 정책지원




프랑스 속옷 브랜드 ‘르 슬리프 프랑세’. 에펠탑이 프랑스 삼색기 디자인의 팬티를 입은 광고를 내걸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맨위쪽 사진).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이 신생 제조업체들에 달아주는 붉은 수탉 모양의 ‘라 프렌치 테크’ 배지를 들고 있다(가운데 사진). 일본 중소기업이 로켓 핵심 부품을 만든다는 줄거리로 인기를 끈 일본 드라마 ‘변두리 로켓’(맨아래쪽 사진). 르 슬리프 프랑세·라 프렌치 테크·TBS 홈페이지

“요즘 프랑스는 ‘메이드 인 프랑스’에 대한 향수와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프랑스 경제일간 레제코는 최근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에서도 제조업 부활 움직임이 뚜렷하다. 정부는 해외 이전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고부가가치 제조업 창업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산품 애용 운동으로 호응한다.

○ 스마트폰도 양말도 ‘메이드 인 프랑스’


‘신(新)메이드 인 프랑스’ 붐을 이끄는 브랜드의 특징은 창업주들이 20, 30대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에게서 배우고 들었던 프랑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48가지 색상의 ‘100% 메이드 인 프랑스’ 양말을 판매하는 ‘아르쉬듀셰스’는 실 염색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두 프랑스에서 한다. 한국의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이 착용해 유명해진 액세서리 브랜드 ‘라몸비주’도 100% 프랑스산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에서부터 프랑스산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 ‘코뮌 드 파리’는 2009년 생겨난 패션 브랜드다. ‘르 슬리프 프랑세’는 2011년 창업한 속옷 전문 브랜드로 지난해 매출액이 359만7400유로(약 46억3800만 원)로 전년보다 221%나 늘었다. 파리 11구 지역에 매장을 둔 ‘프렌치트로터스’는 니트 브랜드로 매장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해 운송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다.

패션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프랑스’가 선전(善戰)하고 있다. 2012년 5월 한국계 입양인 출신 플뢰르 펠르랭이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시작한 ‘프렌치테크’ 정책이 계기가 됐다. 정보통신 분야를 비롯해 환경과 바이오 등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랑스의 저가(低價) 스마트폰 ‘위코’는 2011년 마르세유에서 창업한 이후 3년 만에 프랑스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프랑스 ‘국민폰’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언론은 “위코는 세련된 디자인과 애국주의 마케팅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2015년 창립된 공기정화기 제조회사 ‘테코야’는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제품을 만든다. ‘프랑스에서 만든 깨끗한 공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수출 물량의 절반이 중국에 팔린다.

2012년 대선에서는 경제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메이드 인 프랑스’ 육성이 화두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초대 산업장관이던 아르노 몽트부르는 취임 직후부터 프랑스 삼색기를 배경으로 프랑스 제품 이용을 촉구하는 홍보전을 벌였다. 2009년 프랑스산 제품에 공식 라벨을 붙여 주는 ‘100% 메이드 인 프랑스’를 설립한 로맹 다비뇽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프랑스의 패션, 구두, 자동차 등 모든 산업이 위태롭다”며 “프랑스에서 만든 질 좋은 제품을 인증해주는 것은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독일로 돌아온 아디다스

독일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귀환 발표가 화제다. 아디다스는 1993년 생산 라인을 아시아로 옮겼다. 내년부터는 독일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독일 자동차부품 및 의료기기 제조회사와 손잡고 로봇을 이용해 운동화를 생산하는 생산시설 ‘스피드 팩토리’를 갖췄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는 취임 후 ‘일자리 법안’을 통해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넓히면서 ‘메이드 인 이탈리아’ 브랜드를 부흥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2년 3500만 유로(약 460억 원)에 불과했지만 3년 만인 지난해엔 7500만 유로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의 경우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통해 규제를 줄이고 국가전략특구를 만들며 제조업 기반 복원에 앞장섰다. 여기에 일본은행을 동원해 무제한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회장은 지난해 “생산 현장 인력의 질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 생산 비율을 현재 40%에서 6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파나소닉도 가전제품의 국내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앞다퉈 일본 내 생산을 늘렸다. 혼다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 현으로 오토바이 생산기지를 옮겼고, 도요타와 닛산도 미국 유럽 등에서 만들던 차량을 일본 안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제조업 국내 회귀를 다룬 기사는 매달 100건 이상 쏟아져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회적으로도 ‘모노즈쿠리(장인정신)를 되살리자’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지난해 방영된 TBS 드라마 ‘시타마치(변두리) 로켓’은 일본 중소기업이 로켓 핵심 부품을 만드는 스토리로 연간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도 올해 시정연설에서 이 드라마를 거론하며 “제조업 강국 일본을 만들어 낸 것은 이런 중소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신흥국 경제 둔화와 이에 따른 엔화 가치 급등이라는 암초를 만나 대기업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

파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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