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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여름밤에 듣는 말러의 교향곡 ‘밤의 노래’

입력 | 2016-07-12 03:00:00


말러

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한낮의 뙤약볕과 온몸을 죄어드는 열기도, 밤이 되어 서늘한 바람이 불면 얼마간 잊을 수 있죠. 낮에 미뤄두었던 산책도 저녁 바람을 맞으며 나가게 됩니다. 모기가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참 좋겠는데요.

이런 계절을 위해 아껴두었던 ‘밤 음악’들을 꺼내듭니다. 모차르트는 여러 악장으로 된 ‘세레나데’를 여러 곡 작곡했습니다. 본디 세레나데라면 ‘저녁 노래’를 뜻하며, 이탈리아에서 연인의 창 앞에서 기타를 들고 부르던 사랑 노래이기도 합니다.

‘창밖’에 기원을 둔 장르인 만큼, 바로크 작곡가들은 북(타악기)과 나팔(금관악기)이 어울린 야외용 저녁 연주음악 세레나데를 발전시켰고 이 음악들은 대개 활활 타는 밝은 횃불 아래서 연주됐습니다. 이를 이은 모차르트의 세레나데들도 호젓한 저녁의 느낌과 함께 어딘가 터무니없이 밝고 강렬한 느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장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작은 밤 음악) K.525입니다. 작품 이름에는 ‘세레나데’라는 표현이 없지만, 독일어로 풀어쓴 제목에 이미 ‘세레나데’라는 점이 표현된 셈이죠. 이 곡을 즐겨 듣는 분이라면 역시 모차르트의 곡인 세레나데 6번 ‘세레나타 노투르나’(밤의 세레나데) K.239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말러의 교향곡 7번 ‘밤의 노래’도 이런 세레나데의 전통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차르트 시대에서 한 세기도 더 지나서 쓰였고, 80분에 이르는 엄청난 길이의 곡이지만 호젓한 밤의 느낌에 이어 마지막 악장에선 터무니없이 강렬한 느낌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함께 연상되는 점이 많습니다. 교향곡으로서는 특이하게 기타와 만돌린이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세레나데 전통이 시작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사랑받는 ‘남국의 악기들’이기도 합니다.

14일 경기 부천시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는 박영민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말러의 교향곡 7번 ‘밤의 노래’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공연의 감흥을 안고 공연장 근처 밝은 불빛 아래서 누군가와 ‘치맥’이라도 함께하면 좋을 듯합니다. 모기가 물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