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검사’ 어머니, 47일만에 대검 관계자 5일 면담 “더 들을것 없네요” 응답하고 나와
“1년에 한두 번 집에 오면 밥 적게 먹고 짜게 먹지 말라는 말밖에 못 했구나. 밥이라도 실컷 먹여 보낼 걸….”
6일 부산 북구 만덕사에서 만난 서울남부지검 고 김홍영 검사(사법연수원 41기)의 어머니 이기남 씨(57)는 눈물을 흘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만덕사에서는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검사의 49재가 치러졌다. 이 씨는 “엄마를 위로해주던 아들인데, 검사 됐다고 다들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며 오열했다. 곁에 있던 김 검사의 아버지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49재에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서울남부지검 동료 검사 등 법조인 10여 명이 참석했다.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과 문무일 부산고검장도 참석해 애도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일 오후 어머니 이 씨는 대검찰청 감찰본부 관계자와 개별 면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47일 만에 대검 차원에서 유족과 대화한 것이다. 대검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검 민원실을 통해 면담을 요청했다 거절당했다는 이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검에서 ‘기자들도 다 가고 없으니 어머님 혼자만 따로 오시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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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감찰 관계자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다. 기다려 보라. 언론을 믿지 마시라’고만 얘기했다”며 “나도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네요’라고 말한 뒤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내놓은 형사부 인력운용 개선안에 대해 “우리 아이는 이미 죽었는데 업무 과중 줄여봤자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냐”며 “우리 아이의 죽음의 원인을 업무 과중으로 몰아가려는 것이 어이가 없다. 언론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고 대검을 못 믿겠다”고 한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치연 인턴기자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