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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관-여고생 성관계’ SNS 폭로前… 경찰청도 알고있었다

입력 | 2016-06-29 03:00:00

감사관실 “사표 수리돼 추가조치 안해… 청장에 보고 없었다”




전직 경찰 간부가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찰청이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 조직의 사건 은폐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신명 경찰청장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감사관실은 1일 부산의 SPO가 10대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고, 해당 학생이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감사관실은 부산지방경찰청에 확인을 요청했고, 부산경찰청은 “성관계를 한 사실이 있고, 해당 경찰서가 SPO를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피해자가 고소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 알려 달라”며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성관계 대가로 돈을 줬거나 학생을 성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은폐 시도로 볼 수 있다.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경찰청장 등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엔 사건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경찰청과 경찰청은 SNS 폭로가 있기 전에는 사건을 몰랐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역 경찰관들은 동아일보에 부산경찰청과 경찰청의 조직적 은폐를 잇달아 폭로했다. A 씨는 “각 경찰서에서 지방청 감찰계를 통해 먼저 보고했고,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에 전파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경찰청도 경찰청에 보고했다는 말을 다른 직원에게 들었다”며 “조직이 허물을 덮으려고 한 행위가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B 씨는 “청소년 보호기관에서 문서로 통보까지 한 일을 서장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혼자 처리했다는 것은 조직 성격상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통상 문서로 남기지 않고 전화 등으로 구두(口頭) 보고하기 때문에 지방청에서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거짓 해명하던 부산경찰청은 이날 채널A가 ‘경찰청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자 해당 경찰서로부터 보고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산의 한 청소년 보호기관은 지난달 9일 부산경찰청에 전화해 연제경찰서 정모 경장(31·5월 17일 퇴직)의 부적절한 처신을 처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이 연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신고하라고 안내하자 같은 날 연제경찰서에 전화해 정 경장의 비위 행위를 신고했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은 “전화를 연결해준 담당 직원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고 해명했었다.

부산경찰청은 두 경찰관을 출국금지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달 15일 퇴직한 김모 전 사하경찰서 경장(33)은 28일 부산경찰청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27일에도 소환됐지만 공황장애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며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28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경찰을 신뢰해준 시민과 특히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처음 공개한 전직 경찰 간부는 이날 SNS에 추가로 ‘경찰청 여직원 성희롱 은폐’ 의혹을 폭로했다. 이 간부는 “경찰청 모 계장이 소속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자행했는데 경찰청은 징계도 하지 않은 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전보시킨 뒤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근무하던 김모 경정은 다른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하 여경에게 “빨리빨리 움직여라. 다리가 굵다. 스케이트 선수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해 8월 경찰관 성비위 사건을 뿌리 뽑겠다며 수위가 낮은 성희롱을 저질러도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고 형사 처벌이 가능하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 발표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모인 사무실에서 외모를 평가한 김 경정의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찰청은 인사 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일선서로 인사 조치한 것만으로 충분히 징계를 한 것”이라고 했지만 일부 여성 경찰관들은 “성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조직 분위기가 사태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