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고령운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여든이 코앞인데 운전대를 잡는 건 욕심이야 욕심.”
16일 서울 동대문구 모범운전자회 사무실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김형주 씨(70)는 자신의 ‘운전 유효기간’을 길어야 5년으로 보고 있다. 운전에는 정년이 없지만 김 씨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운전대를 놓을 생각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몸 상태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걸 느낀다”며 “운전을 꼭 해야 한다면 건강검진을 수시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고령 운전자 상당수는 운전면허 관리 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6일부터 17일까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함께 도로교통공단 교육생, 동대문경찰서 모범운전자회 소속 택시 운전사 등 고령 운전자 2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2%(104명)가 “적성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운전면허 유지 조건을 강화하면 ‘과잉 규제’나 ‘노인 폄훼’라는 이유로 노인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이제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고위험군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수시적성검사 도입에도 긍정적이었다. 치매 진단을 받거나 가족 등 주변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수시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84%, 74.5%였다. 그 대신 고령자 면허 관리에 융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시적으로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 회복 때까지 면허 효력을 중단시키는 ‘면허 일시정지제도’에도 71.4%가 찬성했다.
택시 운전사 서강식 씨(73)는 “손을 덜덜 떠는데도 생계를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고령의 택시 운전사들도 있다”며 “검사를 강화하면 고령 운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고 오히려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