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실제로는 비틀즈 노래 가사 중 의성어 ‘blah’를 ‘bra’로 바꾼 것.) 그렇다면 저는 프로야구 타자들의 인생은 “방망이 끝을 타고 흐른다”고 주장하렵니다. 브래지어와 야구 방망이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공통점이 있거든요. 바로 ‘컵’이 있다는 것.
●컵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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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규칙은 한국 공무원들보다 더 규제를 사랑합니다. 선수들이 저렇게 방망이를 파두는 걸 가만히 놔둘 리가 없습니다. 야구 규칙 1.10(b)은 “방망이의 끝 부분을 도려낼 때는 깊이는 1인치(2.5cm) 이하, 지름은 1~2인치(2.5cm~5.1cm) 이내로 해야 하며, 움푹하게 파낸 단면은 둥글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저 정도 파내는 건 괜찮다는 뜻입니다.
타자 70~80% 정도는 이렇게 컵이 있는 방망이를 더 선호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래야 똑같은 재질로 방망이를 만들어도 무게가 적게 나가기 때문입니다. 그건 더 단단한 그래서 더 무거운 목재로 방망이를 만들어도 타자가 원하는 무게를 맞춰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방망이 무게가 20g 늘어나면 몸무게를 10kg 이상 (물론 근육으로) 늘려야 원래 배트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이런 방망이가 얼마나 탐났는지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보스턴)는 “왜 내가 뛰던 시절에는 이런 방망이가 없었냐”고 한탄했을 정도입니다. 윌리엄스가 생애 마지막으로 타율 0.400을 넘긴 건 1941년(0.406)이었습니다. 이 방망이는 1970년대 중반이 돼서야 메이저리그에 첫 선을 보였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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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머리를 깎아내면 방망이가 약해지지 않을까요? 여러 실험 결과 이렇게 컵을 만들어도 공을 때렸을 때 가장 멀리 나가는 지점인 ‘스위트 스팟’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습니다. 이렇게 방망이 끝을 파내면 방망이가 전체적으로 균형이 더 잘 맞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손잡이도 진화 중
최근에는 방망이 반대쪽의 끝 방향에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손잡이 모양을 바꾸는 겁니다. 방망이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를 노브(knob)라고 합니다. 보통은 노브가 방망이 끝을 가로 막고 있는 형태로 돼 있습니다. 노브는 방망이를 쥔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니까요.
요즘에는 이 노브를 대각선 형태로 만든 ‘도끼형 손잡이’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끝을 만들면 더 센 힘으로 방망이를 잡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실수로 방망이를 놓치는 일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거포 중에는 노브를 거머쥐듯이 잡고 공을 치는 타자들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이 이 방망이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의 더스틴 페드로이아(33)가 도끼형 손잡이 방망이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선수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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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