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개인전 ‘맨드라미’
김지원의 ‘맨드라미’(2015년). 아마포 캔버스에 유채. PKM 갤러리 제공
흔히 불그레한 닭 볏과도 닮았다고 하는 맨드라미는 ‘예쁘다’는 소리를 좀처럼 듣기 어려운 꽃이다. 한 큐레이터는 고깃집 불판 위에서 꿈틀대며 익어가는 천엽(소 겹주름위)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꽃말 중 하나가 ‘괴기(傀奇)’인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아마포 캔버스에 유채물감을 뿌려 긁듯 그린 김 씨의 맨드라미는 언뜻 막 개복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의 옷 위에 튄 핏물방울을 떠올리게 만든다. 맨드라미는 봄에 씨를 뿌리면 한여름에 왁자하게 꽃을 피워냈다가 그 한 해로 생명을 다하고 저물어 사라진다. 다른 꽃말인 ‘치정’ 역시 그 피고 지는 양태를 고려하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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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구상 드로잉 작업도 병행하는 작가는 소박한 장난기를 전시실 한구석에 슬며시 감춰 뒀다. 1층에 걸린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본 관람객은 ‘월리를 찾아라’처럼 숨겨 놓은 자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거다.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맨드라미 꽃밭 어딘가에 앉아 있다. 02-734-9467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